쌍둥이 임신하고 가장 두려웠던 것은 바로 독박육아. 첫애라면 하나 키우기도 너무 힘들다고 하는데 둘을 혼자서 키워야 한다니 정말 막막했죠. 친정부모님은 두분 다 일하고 계셔서 못 도와주시고, 시어머님은 건강이 좋지 않아 육아를 도와줄 여건이 안됐거든요. 사실 임신기간동안은 육아 자체에 대해 실감이 안 나다가 조리원에서부터 스멀스멀 두려움이 밀려 왔습니다. 우선 쌍둥이 독박육아 가능하냐고 물어본다면 제 대답은 "YES"입니다. 다만 모든 답이 그렇듯 케이스바이케이스겠지요. 그렇다면 제가 쌍둥이 독박육아를 어떻게 했는지, 또 어떻게하면 독박육아를 조금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는지 현재 22개월 딸둥이 엄마인 제 나름의 노하우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처음은 한명이든 쌍둥이든 다 어려워요
저는 둥이들을 제왕절개로 출산하고 병원에서 4일 조리원에서 2주를 보냈습니다. 제가 있던 조리원은 모자동실을 매일 2시간씩 하던 곳이었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 두시간이 얼마나 두렵고 무서웠는지 몰라요. 아이들을 좋아하긴 했지만 조카들을 많이 안아주거나 기저귀를 갈아주거나 한 경험이 없어서(부끄럽지만 제 성격이 그래요. 조카들 사랑하지만 그런건 잘 안했습니다) 모든게 어렵고 무서웠습니다. 이 작고 연약한 아이들을 제가 잘 못 봐서 부러지기라도 할까봐 마음 졸였죠. 남편의 직업 특성상 출산휴가 육아휴직 절대 못 써서 제가 다 감당해야했답니다. 첫 날 모자동실 시간을 경험하고 밤새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안그래도 서툰데 둥이들을 온전히 안아주지 못하고 쩔쩔매던 제가 너무 한심하고 바보같았거든요. 그리고 그런식의 미안한 마음이 꽤 오랫동안 계속 돼서 힘들었답니다. 제 몸은 하나인데 애는 둘이서 울고.. 있고 쌍둥이 독박육아는 몸이 힘든것보다 그런 미안한 감정때문에 마음이 더 힘들었답니다.
산후도우미 서비스는 두분을 추천해요
둥이들이 조리원을 나와 집에서 본격적인 육아를 시작할때는 한달정도가 지나 신생아 딱지는 뗀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때가 되서야 조리원이 얼마나 천국이었는지 느낍니다. 조리원에서는 너무 답답해서 빨리 집에 가고싶었는데 과거의 나로 돌아가 머리를 한대 때리고 싶었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쌍둥이 독박육아하시는 분들 조리원은 최대한 오래 있다 오세요. 독박육아로 집에서 혼자 힘들어하는 것보다 조리원에서 지루하고 심심한게 백배 더 나아요. 그리고 집에와서는 바로 산후도우미 서비스를 받게되는데요. 정부에서 지원해주기 때문에 쌍둥이는 한달간 부담없이 산후도우미서비스를 받을 수 있답니다. 제 경우 도우미이모님을 한분만 이용했는데요. 같이 육아를 하면서 배우고도 싶었고, 한분만 이용시 오후6시까지 계시는데 두분 이용하면 5시에 퇴근을하셔서 독박육아하는 저에게는 그 한시간도 이모님이 계셨으면 했었거든요. 그리고 도우미분들이 2명이 오시면 서로 기싸움도하고 실제로 싸우는 경우도 많다고 해서 그런 상황은 제가 힘들 것같아 한분만 이용하게됐습니다. 결과는 좋은 도우미이모님을 만나 다행이었고, 육아도 많이 배우고 마음적으로는 편했으나 한달동안 같이 육아를 해야해서 쉬는시간이 없어서 몸이 좀 힘들었습니다. 다시 돌아간다면 저는 두분을 이용해서 낮시간에 잠도 실컷자고 외출도 좀 하고 했을 것 같네요.
쌍둥이의 생활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세요
독박육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둥이들의 생활패턴을 비슷하게 유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취침과 기상시간, 수유시간, 낮잠 시간 등이 똑같아야 엄마도 숨돌릴 시간이 생긴답니다. 동시에 하는게 참 어렵지만 한명씩 다 따로따로 하게 되면 그 당시는 수월해도 쉬는 시간없이 하루종일 움직여야 한답니다. 낮잠도 항상 같이 재워서 엄마도 그 시간에는 단 몇분이라도 눈을 붙이고 쉬어야 해요. 애들 재우고 절대 집안일이나 다른 일 하지마세요. 그냥 자세요 제발. 그래야 지치지 않고 육아를 계속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취침시간도 꼭 지켜서 일정 시간이되면 밤잠에 들게하세요. 저희 둥이들은 7~8시면 밤잠에 들어서 70일 즈음부터 밤수유끊고 통잠자서 새벽이 좀 수월해진 것 같아요.
집안일은 내려놓으세요
쌍둥이 독박육아에 집안일까지 하려면 정말 힘들답니다. 그러니 아이들 어릴때는 집 정리정돈이나 청소에 너무 신경쓰지 마시고 꼭필요한 것들만하세요. 남편이 장기출장 등으로 도와줄수 없는 상황이라면 청소기돌리기나 설거지 빨래 같은 필수 집안일만 틈틈히 하시고, 남편이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다면 집안일은 남편분들이 많이 도와주세요. 그리고 밥도 그냥 배달 시켜드세요. 만들어먹으면 오히려 잘 안 먹게되더라구요. 반찬 같은것들 시켜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먹고 배달 시켜서 드세요. 애들 어릴때는 밥 할시간도 안생기고 밥 할 힘도 안생겨요.
아이돌봄서비스를 이용하세요
아이돌봄서비스는 생후 100일이후만 되어도 이용할 수 있으니 출산하고 바로 신청해두세요. 생각보다 대기가 무지막지하답니다. 주변에 일년을 기다려서 서비스 이용하시는 분들도 봤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두달 기다려서 이용할 수 있었답니다. 대기하는 동안 진상같아도 센터에 자주 전화해서 가능한 돌봄선생님 생겼나, 언제쯤 되나 그런 것들 물어보세요. 그러면 조금 더 신경써주신답니다. 돌봄서비스가 선착순이 아니라 선생님들이 원하는 시간대와 장소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등 하원시간은 수요가 많아 서비스 못 받을 확률이 높으니 아이들 어릴때는 등하원시간을 피해서 신청하시는게 하루라도 빨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답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들 4개월때부터 11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돌봄서비스를 이용했답니다. 이 하루 4시간이 정말 소중했어요.
이유식은 사먹이세요
저는 돌봄서비스를 이용해서 선생님 계시는 시간에 이유식을 만들어 먹였답니다. 첫 아이들이라 제가 직접해먹이고 싶은 욕심에 그런 선택을 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참 바보같단 생각이 드네요. 아이들 이유식 먹을때는 정말 시간만 나면 이유식 만들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시간에 좀 쉴걸, 다시생각해도 참 바보같네요. 요즘 시판 이유식도 유기농채소며 쌀이며 무항생제 고기 사용해서 잘 나옵니다. 만들어먹이나 사먹이나 비용은 비슷하니 돈걱정돼서 만들어먹일 생각이라면 그냥 사먹이는거 추천드려요. 물론 우리애는 유기농이나 무항생제 안 먹이겠다면 직접 만드는게 쌉니다.
어린이집 보내는 것에 죄책감 갖지마세요
그리고 어린이집 일찍 보내세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하답니다. 저희 둥이들은 19개월에 어린이집에 다녔지만 주변에는 돌 전에 보내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이들 건강하게 탈없이 잘 크고 있구요 오히려 엄마 삶의 질이 향상돼서 아이들에게 더 잘해줍니다. 저도 두돌까지 제가 돌보고싶은 욕심에 혼자서 하루하루 버티다 결국 19개월에 보낸 거랍니다. 보내고나니 조금 더 일찍 보내도 괜찮았겠단 생각이 들더라구요. 둥이들도 어린이집에서 너무 즐거워하는게 보이고 저도 제 시간이 조금이라도 생기니 운동도하고 쉬기도하고 남편도 조금 더 챙겨줄 수 있어서 좋답니다.